대한화장품협회는 지난해 6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관련 기관·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규제혁신 민관협의체를 구성, K-뷰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첫 단계로 화장품 산업 관련 규제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화와 현행화를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6개월 여 간의 협의체 활동을 통해 혁신 대상 규제를 크게 △ 혁신·창조 브랜드 육성을 위한 글로벌 네거티브 체계로의 전환 △ K-뷰티 글로벌 안전관리 체계 도입 △ 글로벌 스탠다드 품질경영체계 구축 등의 전제 아래 세부 내용을 도출했다.
이러한 규제혁신을 위한 기본 요건이자 최대 난관은 현행 화장품법을 ‘새롭게 제정’하는 수준으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는 개정(안) 발의에서부터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과정을 거쳐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최초 의도한 방향과 취지가 바뀔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코스모닝은 앞으로의 일정과는 관계없이 화장품협회가 식약처와의 논의를 거쳐 제시한 규제혁신 과제와 방향을 각 사안별로 짚어보고 이에 대한 세부 계획을 연재한다. 다섯 번째 논의 주제이자 이 시리즈 마지막으로 점검할 내용은 ‘글로벌 스탠드다 품질경영체계 개선’이다.
<편집자 주>
K-뷰티의 세계 수출 1위 달성과 글로벌 규제 조화를 위해 지금까지 네 가지 주제를 다섯 차례에 걸쳐 점검했다.
결국 현재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이 겪고 있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세계 화장품 수출 1위 국가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 정부 주도의 관리체계에서 벗어나되 △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안전관리 체계의 구축과 품질경영체계 마련을 위한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며 △ 화장품 기업은 이러한 제도 차원의 혁신이 이뤄진 가운데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는 미션을 완성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 정리할 수 있다.
화장품 GMP 기준, ISO GMP 기준 적용
현재 유럽과 일본은 물론 아세안 등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는 화장품 GMP 기준으로 ISO GMP 기준을 채택하거나 업계 자율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제정한 ‘화장품 현대화법’(MoCRA)에서도 GMP 의무화(2025년 12월 소규모 기업 제외) 시 ISO GMP 기준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즉 전 세계의 ‘화장품 GMP 기준은 ISO GMP 기준’이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의미다.
특히 지난 2020년에 대한민국이 정회원으로 가입한 ICCR(International Cooperation on Cosmetics Regulation·화장품규제조화협의체)에서도 2008년 2차 회의를 통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화장품 GMP 기준(ISO 22716: 2007 Cosmetics-Good Manufacturing Practices(GMP)-Guidelines on Good Manufacturing Practices)을 가능한 실행하도록 의결한 바 있다.
국내 GMP, ISO GMP 기준으로 일원화 필요
현재 우리나라 GMP는 제조업체 권장사항이다. 화장품 제조업체에서는 식약처 고시 GMP 기준에 따라 국내 GMP 인증을 받고 있으나 해외 수출 시에는 바이어 등의 요청에 의해 국내 GMP 인증 외에도 전 세계에서 통용하고 있는 국제표준화기구(ISO) GMP(ISO 22716)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ISO GMP 인증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이중 인증이 필요함으로 인해 내수와 글로벌 화장품 시장 진출을 동시에 완성하기 위해 두 가지 인증을 모두 받는 제조업체 처지에서는 ‘이중 인증·이중 관리’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화장품협회를 포함한 민관협의체는 이와 관련 “특히 국내 화장품 GMP 기준의 경우 화장품의 특성에 맞지 않는 의약품 GMP 관리 기준을 적용한 부분(공기조화시설 의무·기준서 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국내 GMP 기준과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준을 검토, 국내 GMP 기준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제표준 ISO GMP 기준과 일원화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 품질경영체계 구축과 정부 지원
국내 화장품 GMP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에서 지적한 국내 GMP 기준의 ISO GMP 기준 일원화와 함께 현재의 GMP 운영방안에 대한 개선 검토 역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GMP 인증은 정부 직접 인증으로 신뢰도가 높을 수는 있지만 기업의 규모,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GMP 기준을 적용해 심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내 GMP 적합업소는 전체 제조업체의 3.3%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
즉 현재 화장품 GMP 적합업소는 2월말 기준으로 148곳으로 집계돼 전체 제조업체 4천427곳의 약 3.3%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화장품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국내 GMP 인증 심사에서 호소하는 주요 애로사항은 △ 제조소의 규모·특성 등이 고려되지 않은 규격화된 평가 △ 화장품의 특성에 맞지 않는 의약품 GMP 체계에 따른 평가 △ 시설 구비·공기조화시설 설치 등 하드웨어 중심의 평가로 기업 부담 가중 △ 단속과 규제가 목적이 아닌 실제 생산을 지원하는 평가 시스템 필요 등으로 드러났다.
화장품 업계는 “이같은 애로사항 호소에 기반해 GMP 운영은 화장품 제조업체가 자사 규모와 상황에 맞는 GMP를 도입함으로써 GMP 심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계 애로를 해소하는 동시에 GMP 운영 유연성을 높여 GMP가 활성화되도록 ‘정부 직접 인증을 민간 자율로 전환’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지만 이 지점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도 있다.
즉 중국 수출 시 정부에서 발행한 GMP 인증서로 독성시험자료 제출이 면제되므로 민간 자율로 전환하더라도 외국(특히 중국)과 같이 수출을 위한 일정한 절차를 마련, 정부가 GMP 인증서를 발급하는 등의 지원은 필요하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정부에서 발급한 생산품질관리체계 관련 자질 인증을 받고 제품 안전성 평가 결과로 제품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으면 해당 제품의 수출 시 독성 시험 보고서 제출을 면제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 프랑스 ANSM(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는 제 3자 인증과 관계없이 GMP 인증서 발급 △ 영국 OPSS(제품안전·표준사무국)의 위임을 받은 국제무역부(DIT)에서 민간인증을 검토, GMP 인증서 발급 등과 같이 정부가 GMP 인증서를 발급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화장품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화장품 부문 규제혁신 과제로 설정한 △ 화장품 광고자율분쟁조정기구 도입·운영 △ 기능성화장품 심사·보고 제도 폐지 검토 △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도 민간주도 전환 △ K-뷰티 글로벌 안전관리 체계 단계적 도입 그리고 △ 글로벌 스탠다드 품질경영체계 개선 등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관련 기관·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규제혁신 민관협의체에서 심도 깊게 논의한 사안들”이라며 “이러한 사안들은 이들 관련 규제의 실제 대상이 될 화장품 기업과의 회의와 워크숍 등을 진행해 의견을 지속 수렴하고 이를 현실화함으로써 K-뷰티의 재도약과 세계 수출 1위 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데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