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없는 화장품법’이란?
미국의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이하 MoCRA)과 함께 워싱턴 주가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워싱턴 주 독성 없는 화장품법’(Toxic-Free Cosmetics Act, TFCA)이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과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이 고려할 사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 워싱턴 주는 미국 서부의 주요 경제 허브로 자리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한국과의 무역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달성, 국내 기업들에게는 미국 내 주요 수출 지역으로서의 위상 또한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워싱턴 주는 지난해 5월 워싱턴 주 독성 없는 화장품법을 통과시키고 2025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공표한 바 있다.
코트라 실리콘밸리무역관의 최신 리포트에 의하면 워싱턴 주가 시행 예고한 독성 없는 화장품법은 화장품과 퍼스널케어 제품 등에 포함된 독성 화학물질을 규제하는 ‘미국 내 가장 강력한 법 중 하나’에 해당한다.
이 법은 납·납 화합물과 포름알데히드 등 9개 독성·화학 성분이 화장품에 포함된 경우 워싱턴 주 내에서 생산은 물론 유통·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이들 화학 물질은 과도하게 사용하면 인체와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중금속으로 관리되는 성분도 있지만 일부 성분의 경우 화장품의 성능을 개선하는 각기 다른 기능을 하고 있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리포트는 “이들 성분들 중 가장 주의를 해야 할 것은 ‘납·납 화합물’이다. △ 의도적으로 첨가했거나 △ 1ppm 이상 포함된 화장품을 제조·판매·판매 제의·판매를 위해 유통할 수 없다고 발표했는데 함량 기준이 미국 FDA와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보다 엄격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즉 △ 미국 FDA는 10ppm △ 우리나라 식약처는 20ppm까지를 허용하지만 워싱턴 주는 ‘1ppm’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 이는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강한 규제 수준이다.
이와 함께 리포트는 “우리나라 관련 기준이 독일·캐나다·미국 등에 비해 높게(허용 범위가 높다는 뜻) 설정돼 있어 국내 화장품 기업 중 수출을 염두해 두는 기업이라면 화장품 성분 상의 함유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법은 화장품 제조업자·브랜드사·유통사·소매업자·미용사·미용실·피부미용(관리)실·네일숍 등에 이르기까지 화장품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까지 준수해야 한다. 적용 대상이 대단히 광범위해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 중 한인 소상공인에게 소량만 납품을 하고 있는 경우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 시장 진출 시 고려할 규정·법
워싱턴 주의 독성 없는 화장품법 발의는 새롭거나 놀라운 내용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지난 2020년부터 이같은 ‘독성 없는 화장품법’을 적용, 워싱턴 주보다 많은 유해성분 24가지를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다. 미국과 캘리포니아 주의 화장품 관련 주요 규제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FDA 규정
화장품 성분과 안전성에 대해 연방차원의 규정은 FDA가 관리한다. 특정 유해 물질 포함 여부 와 함유량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으며 화장품이 의약품의 효능을 주장하는 경우 FDA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통상 화장품의 라벨링은 정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하는지를 확인하며 성분 표시가 투명하고 정확한지를 감독한다.
■ OTC(Over-the-Counter) 인증
자외선 차단제·비비크림·주름 개선 크림·여드름 치료제·비듬 샴푸와 같은 일부 화장품·퍼스널케어 제품은 일반 화장품과 달리 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OTC 제품으로 분류한다. OTC 제품은 FDA의 사전 승인과 성분 표기 검토, 안전성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FDA의 모노그래프(OTC에 대한 기준 문서)를 충족해야 하며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판매가 불가능하다.
■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Modernization of Cosmetics Regulation Act)
2022년 12월 통과한 MoCRA는 화장품에 대한 새로운 규제 체계다. MoCRA의 주요 내용은 △ FDA 시설·제품 등록 의무 △ 제품 안전성 입증 △ 라벨링 △ 우수 제조 관행 가이드라인 표준화(GMP) △ 유해사례 보고·관리 △ 리콜 조치 △ 탈크△PFAS 규제 등이 있다.
이들 세 가지 규정은 화장품을 수출하려는 기업이라면 필수 준수 내용이다. 특히 규제가 엄격한 것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경우 추가로 다음과 같은 법률 준수 여부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 캘리포니아 안전 화장품법(California Safe Cosmetics Act)
이 법은 화장품 제조업체가 유해 성분(포름알데히드·파라벤·프탈레이트 등)을 사용하는 경우 이를 캘리포니아 주에 보고하고 소비자에게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발암성·생식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포함된 화장품에 대한 경고 라벨을 부착해야 하고 이 정보는 캘리포니아 공중 보건부에 제출해야 한다.
■ Proposition 65
Prop65는 캘리포니아의 대표 환경 법규다. 캘리포니아 안전 화장품법과 유사하지만 900개 이상의 유해 화학물질이 규제 목록에 포함돼 있어 주별 규제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법이다. 이 법은 화장품·기타 제품이 이러한 화학물질을 포함할 경우 경고문 부착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캘리포니아 주 규제는 적용 범위와 경고문 부착 의무에서 더 광범위하고 강력한 측면이 있으나 워싱턴 주는 특정 유해 물질의 경우 FDA보다 더 엄격한 함유량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과도하다는 반대 여론도 나온다.
미국 퍼스널케어 제품협회(Personal Care Products Council)는 지난 6월 납 함유량 규제에 대해 FDA 허용 기준이자 국제 관행상의 기준이기도 한 10ppm으로 조정해 줄 것을 워싱턴 주 주지사에게 공식서한으로 요구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수출 기업, 어떻게 대응하나
리포트는 “보다 엄격해지는 유해 성분에 대한 미국의 기준에 대응해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친환경’과 ‘유해 성분 무첨가’ 제품 라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클린뷰티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잡은 만큼 자연 유래 성분과 유해 화학물질 대체 성분에 대한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동시에 “과거 국내 화장품 ODM 업체들에서 FDA 실사 후 기준에 미달, 경고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제품 승인을 거부 받은 사례가 있어 제조 또는 위탁제조업체들은 동일한 사례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내부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정리·코스모닝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