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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정책

“비공개 간담회니까 보도자료로 기사 써라?”<제2신>

식약처, 화장품 업계 CEO 간담회장 정문부터 입장 불허…뒤늦게 인사말만 취재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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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원료 안전성 평가자료 제공·검증 강화’ ‘해외 원료정보 등록비 지원 확대’ ‘국내 화장품 원료 안전성 평가자료 해외 인정 범위 확대’.

 

어제(8일) 아모레퍼시피기 기술연구원 파빌리온회의실에서 있었던 식약처 주최 ‘2021 화장품 업계 CEO 간담회’에서 논의된 주제라고 식약처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이날 간담회는 김강립 식약처장의 취임 이후 화장품 업계 CEO·관련 인사의 첫 공식 만남이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지만 진행 과정에서 나타난 일련의 상황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의 연속이었다.

 

간담회 이틀 전(6일) 저녁에 갑작스럽게 장소가 변경된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쳐도 식약처가 보도자료에서 밝혔듯이(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이날 논의할 주제가 위와 같은 내용이라면 기자의 취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은 왜 나온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이번 간담회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이 왜 납득하기 어렵고,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지 시간 순으로 재구성했다.

 

간담회 이틀 전에 장소 급변경

기자가 간담회 일정을 확인한 시점은 3월 29일. 참석자 명단만 확보하지 못했을 뿐 장소는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경기도 오산) 회의실이었다. 특별한 주제가 둔 간담회라기 보다는 식약처장 취임 후 화장품 업계 기업 대표·주요 관련 인사와의 첫 공식 만남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4월 2일, 금요일은 식약처 대변인실에서 다음주에 배포할 보도자료 내용과 일정, 그리고 처·차장의 일정을 공지한다.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4월 8일 화장품 산업계 간담회 실시-엠바고 시점-장소는 오산(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으로 명기돼 있다. 당연히 사정에 따라 일정이 변경 될 수 있다는 안내문도 있다.

 

 

기자는 간담회 취재와 연계,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피부과학 응용소재 선도기술 개발사업과 관련한 취재 일정을 잡았다.

 

4월 6일 저녁, 간담회 이틀 전 장소가 변경된다는 정보를 확인했다. 이유는 최초 간담회 장소로 확정했던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조남권 원장이 불참하기 때문이라는 것.

 

통상 기자가 행사 일정을 확인한 시점이 3월 29일이었다면 사실 상 참석 인원과 범위 등도 확정돼 있었다는 뜻이다. 더구나 개최 장소였던 연구원의 수장은 참석이 당연한 사안이라고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관련해 연구원 관계자는 조남권 원장의 ‘밝히기 어려운, 불가피한 일신상의 사유’가 발생했고 관련해 식약처장과 직접 통화(김강립 식약처장은 행정고시 33회, 조남권 연구원장은 행정고시 31회 출신이며 복지부 근무)를 해서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방역 이유로 현장 취재 불가

극도의 이해심을 동원해 연구원장의 급작스런 사유 발생은 ‘그럴 수 있는 사안’이라고 치자. 그렇지만 이후 식약처가 간담회 취재와 관련해 언론에 취했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장소 변경 정보 접수 후 재확인 결과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으로 조정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회사 방침에 따라 사전 출입등록 차량과 인원에 대해서만 정문에서 출입을 허용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기자는 취재를 위해 아모레퍼시픽 홍보팀과 기술연구원 대외홍보 담당자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돌아온 답은 “식약처에 문의한 결과 ‘간담회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의 문제가 있으므로 기자의 취재는 불가하다’는 지침을 받았으며 따라서 회의장 입실은 물론 정문 통과가 어려울 듯 하다. 이해해달라.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식약처의 방침이다”였다.

 

현 정부 들어 첫 식약처 수장이었던 류영진 식약처장 재임 때 화장품 업계와의 공식·현장 간담회 형식은 모두 세 차례(2018년 1월 10일·4월 4일·11월 29일)였다. 관련해 일정 통보를 받은 적은 없었지만 취재는 할 수 있었다.

 

전임 이의경 식약처장 시절에는 두 차례(2019년 12월 6일·2020년 5월 28일) 간담회가 있었고 역시 일정 통보는 받지 못했지만 현장에는 입장할 수 있었다. 식약처장과 화장품협회장 인사말 이후 기자들은 퇴장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는 했지만.

 

간담회 이후 “기자들은 왜 불렀냐?, 어떻게 알고 왔냐”라는 식약처 담당 공무원의 발언이 있었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던 기억이 분명하다.

 

특히 지난해 5월 28일 간담회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수(58명)는 4월 7일의 확진자 수(700명)의 1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불안감은 지금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던 시기였다.

 

“현장 취재 불가하고 보도자료 배포하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간담회 장소는 물론이요, 그곳으로 가야하는 첫 문(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정문)에서 입장이 불가하단다.

 

취재 현장에 동행키로 했던 타 매체 기자가 식약처에 문의했더니 답은 같았다.

 

“비공개 원칙이며 보도자료를 배포할 것이다. 코로나19 방역 문제 때문이다”라는 것. 일관성 하나는 인정하겠다.

 

식약처가 비공개가 원칙이라면 보도자료 배포는 왜 하는지?

코로나19 방역문제가 그렇게 걱정된다면 오프라인 간담회는 왜 진행했는지?

 

‘언택트 회의’와 ‘웨비나’가 이미 일상화되고 있는데 이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으로 간담회를 강행해야 할 정도로 중요하고 보안이 필요한 사안이었는지?

 

간담회 실제 참석자는 20여 명 내외였지만 수행인과 행사 진행을 위한 인원을 합하면 40여 명에 이르는 인원이 모이는데 기자 4명이 현장에서 취재하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급상승할 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렇게 일관성있게 원칙을 지키는 식약처가 막판에는 왜 기자들의 출입을 허용했는지?(물론 식약처장과 화장품협회장의 인사말 이후 예상대로 기자의 퇴장을 요청했다)

 

‘언론인 출입 원천봉쇄’가 3공화국, 5공화국 군사정권 시절 언론사 선배들이 경험했던 일인 것으로 알았더니 화장품 업계 전문지 기자들은 21세기에, 촛불혁명이 만들어 낸 현 정부에서 언론 자유는커녕 ‘취재 자유’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주무부처를 취재원으로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 해 평균 100억 원(3년간 284억 원)도 안되는 R&D사업 지원비를 받아 한 해 6조8천억 원(2020년)의 무역수지 흑자를 내면서도 ‘시급한 사안’이 아닌 산업이라서 언제나 예산확보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 한 개라도 더 수출해 보겠다는 화장품 산업을 대하는 주무부처의 태도와 화장품 산업 전문 언론에게 취하는 자세가 어쩌면 이렇게도 한결같은지 확인할 수 있었던 지난 이틀 간의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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