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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특별 기고-2024 이탈리아 밀라노 패키징 전시회 '한국의 디자인 트렌드' 컨퍼런스(주설아 대표)

밀라노가 물었다, “K-뷰티, 디자인 비결이 뭐죠?”
‘한국 디자인 트렌드’ 주제로 사상 첫 컨퍼런스…철학·정체성·창의성 공유

지난달 23일 ‘2024 이탈리아 밀라노 패키징 전시회’(Packaging Première and PCD Milan 2024)에서 의미있고, 주목할 만한 컨퍼런스가 열렸다. ‘한국의 디자인 트렌드’(Design Trends in South Korea)를 주제로 대한민국 뷰티&패키징 디자인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별도의 컨퍼런스가 마련돼 K-뷰티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 수준을 여실히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이 컨퍼런스에는 우리나라 화장품·뷰티 업계에서 주설아 디어쥴리아 대표와 아모레퍼시픽 허정원 상무가 연자로 참석, K-뷰티와 K-뷰티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아이덴티티·트렌드를 발표하고 논의했다. ‘한국의 디자인 트렌드’를 테제로 삼고 △ 한국 시장의 특성 △ 이탈리아 뷰티 브랜드가 한국 시장 진출 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 등을 세부 내용으로 발표한 주설아 대표의 컨퍼런스 발표 내용을 요약 정리해 게재한다.

본 기고문은 주설아 대표의 1인칭 관점에서 작성한 것이며 편의상 ‘나’는 ‘필자’로 치환해 표기했다. <편집자 주>

 

전 세계 포장 디자인 업계의 최신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2024 이탈리아 밀라노 패키징 전시회’(Packaging Première and PCD Milan 2024·5월 21일~23일).

 

유럽 럭셔리 시장의 중심지 밀라노에서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고급 코스메틱·향수·패션·와인· 식품·보석 등을 아우르는 포장 디자인·기술 분야 국제 전시회다.

 

세계의 럭셔리 브랜드·제조업체·디자이너를 대상으로 패키징과 디자인의 혁신을 촉진하는 컨퍼런스·워크숍·프로젝트 등을 포함, 혁신성에 기반한 신기술과 미래 패키징 트렌드를 선보이는 영감과 네트워킹의 장이 마련된다.

 

 

높아진 K-콘텐츠·K-뷰티에 대한 관심과 위상

밀라노가 물었다, “K-뷰티, 디자인 비결이 뭐죠?”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필자는 이탈리아 밀라노 행 비행기에 올랐다.

 

올해 이 전시회에서 ‘한국의 디자인 트렌드’(Design Trends in South Korea)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가 열렸다. 컨퍼런스 연사로는 필자와 아모레퍼시픽 허정원 상무가 한국 대표로 초청받았다.

 

밀라노 패키징 전시회에서 한국 뷰티·패키징 디자인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높아지고 있다는 한국 콘텐츠와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수일간 이어진 회담에는 △ 팬톤(Pantone) △ 돔 페리뇽(Dom Pérignon) △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 발리(Bally) 등 글로벌 브랜드 관계자·전문가들이 무대에 올라 미래 패키징 디자인 트렌드와 지속 가능성, 혁신성 소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강연했다.

 

 

한국 시장을 떠올릴 수 있는 특징들

필자가 발표한 내용은 ‘한국의 디자인 트렌드’(Design Trends in South Korea)를 비롯해 △ 한국 시장의 특성(South Korean Market) △이탈리아 뷰티 브랜드가 한국 시장 진출 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Key Factors in Packaging for Italian Brands Entering Korean Market) 등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여러분은 ‘한국 시장’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필자는 이 질문 끝에 ‘한국 시장의 특징’에 대한 몇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첫째, 민감성(Sensitive). 한국 뷰티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와 기술 혁신의 메카’로 소비자들은 새로운 트렌드와 혁신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국의 거대한 문화 산업인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등은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취향 형성에 지대한 역할을 하며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쉽게 공유되는 정보는 제품의 인기와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둘째, 포화 상태(Saturation). 수많은 브랜드가 경쟁 중인 한국 뷰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가 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늘 새롭고 신선한 브랜드 세계를 찾고 있다. 더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은 제품력 뿐만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 브랜드 철학 등 다양한 요소들을 폭넓게 고려한다.

 

셋째, 기꺼이(With Readiness).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만 집중하기보다 다소 높은 가격일지라도 기꺼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을 찾는다. 특히 ‘패키지 디자인’은 제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넷째, 의식 있는(Conscious). 더 이상 환경과 윤리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친환경적이며 윤리에 기반해 생산한 제품을 찾아 나서는 데 적극성을 보인다. 이러한 소비자 행동은 많은 브랜드의 포장 방법(패키징)과 소재·생산 과정·성분 등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국 소비자, 트렌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어 ‘한국의 디자인 트렌드’에 대한 몇 가지 키워드도 꼽았다. 

 

첫째, 감각적인(Sensuous). 한국 소비자들에게 화장품 패키지는 단순한 포장재를 넘어 마치 ‘인테리어 소품’처럼 여겨진다.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은 온전히 내 취향으로 꾸며진 나만의 공간에 늘 전시되는 만큼, 시각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만족감을 주는 제품 디자인을 선호한다.

 

둘째, 간결하되 강렬한(Minimal but Strong). 심플한 디자인은 늘 트렌디하며 시대를 초월한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포화 시장에서 단지 심플하기만 한 디자인보다는, 간결함 속에서도 브랜드 만의 독특함이 느껴지는 디자인이 주목을 끈다. 그 차별점은 패키지의 형태나 소재·색상·제품 특성을 표현하는 이미지 등 여러 창의적 요인에서 기인한다.

 

셋째,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브랜드 철학, 제품 성분의 유래 등 브랜드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설득력 있게 반영한 패키지 디자인은 그저 ‘예쁘게만 보이는’ 디자인을 넘어선다.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심도 있는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잔상을 남긴다.

 

넷째, 전통적인(Traditional). 과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디자인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전통적 특성을 가미한 패키지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포장 방법·소재·패턴·형태 등을 현대적인 요소와 결합해 재해석한 디자인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더욱 ‘트렌디’하게 여겨진다. 비단 한국의 전통 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문화적 특성에서 영감을 얻은 패키지 디자인 또한 이국적인 매력으로 인기를 끈다.

 

다섯째, 친환경적인(Eco-friendly). 한국 뷰티 시장에서 ‘친환경’은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많은 뷰티 브랜드들이 재활용 가능한 소재·포장 방법을 차용함은 물론, 플라스틱 대신 종이 소재로 전환하거나 화장품 내용물 리필이 가능한 리필 패키징을 도입하는 등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뷰티 브랜드가 한국 시장 진출 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에 대해 다뤘다.

 

△ ‘트렌드 따르지 말기’(Don't just follow the Trend) △ ‘선물할 가치가 있는 디자인’(A gift-worthy design) △ ‘아직 열지 않은 선물상자’(Unopened gift box)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라찌에 밀레!”(Grazie Mille·정말 감사합니다)

필자는 미리 연습해 둔 이탈리아어 인사를 끝으로 강연을 마쳤다.

 

이번 컨퍼런스는 세계적인 전시회에서 한국의 디자인 트렌드와 우수성을 알리는 뜻깊은 자리이자 유럽에서도 한국의 창의성 넘치고 혁신성을 강조한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음을 입증하는 유의미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지에서 그 관심의 정도를 직접 체감하니 한국의 디자이너로서 깊은 뿌듯함과 더불어 기분 좋은 책임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밀라노 강연을 마친 후 로마 테르미니 역에 들렀을 때,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인산인해를 이룬 팝업 스토어가 눈에 띄었다. 멀리서도 한눈에 읽히는 브랜드 이름은 ‘예쁘다(Yepoda)’.

 

반가운 마음에 들어간 매장에는 ‘예쁘다’라는 한글 로고가 새겨진 화장품들이 즐비하고 직원은 고객에게 K-뷰티 루틴과 그 특별함에 대해 설명한다.

 

붐비는 매장을 빠져나오면서 ‘어쩌면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대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K-뷰티의 진보는 과연 어디까지 이를 수 있을까?

오늘도 지구 반대편의 많은 이들이 ‘K-뷰티 루틴’으로 아침을 열고 있다.

 

■ 주설아·브랜딩&디자인 스튜디오 ‘디어쥴리아’(dyr Joolia) 대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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