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글
2024년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의 최대 화두는 ‘수출’이었다. 이와 함께 △ OEM·ODM 산업의 지위와 영향력 강화 △ 중소·인디 브랜드의 시장 영향력 확대 △ 오프라인 유통에서 올리영 대항마로 떠오른 다이소 △ 친환경·비건으로 대표할 수 있는 클린뷰티의 시장 접수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이슈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이슈들은 2025 시즌에도 여전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대한민국의 화장품 수출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집계 기관과 분류 상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 기준으로는 지난해 11월말까지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은 93억3천2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직전 해인 2023년 같은 기간(1월~11월 누적 77억6천900만 달러)보다 20.1%가 늘어난 실적을 올렸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100억 달러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발표한 ‘2025년 보건산업 수출 전망’을 통해 일단 2024년 화장품 수출액을 102억 달러로 예측하고 새해에는 이보다 11.9%가 증가한 113억7천600만 달러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다만 2025년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지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던 미국이 △ 트럼프 정부 2.0 출범으로 인한 관세 등 정책 변화 △ MoCRA(화장품 규제 현대화법)에 의한 새로운 비관세장벽출현 등의 변수를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번째는 OEM·ODM 산업의 지위·영향력 강화와 동시에 맞물리는 중소·인디 브랜드의 시장 영향력 확대를 들 수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주요 OEM·ODM 기업들의 경영지표는 타 부문의 그것을 현저하게 압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4분기에도 이러한 성장세가 꺾일 만한 ‘특별한 이슈’를 찾기가 어려워 2025년 상반기까지는 그 여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국콜마·코스맥스 쌍두마차 이외에도 코스메카코리아·씨앤씨인터내셔널·한국화장품제조·잉글우드랩 등이 3분기까지 매출액 1천300억 원 대를 넘어섰고 4분기 실적까지 더하면 최소 1천800억 원대까지는 무난하리라는 예상이다.
이들 OEM·ODM 기업들의 성장 배경에는 바로 중소·인디 브랜드의 성장이 있다. 이미 중소기업의 규모를 넘어선 에이피알·구다이글로벌(조선미녀) 등은 논외로 하더라도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인디 브랜드의 출현과 성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시스템화에 성공한 ODM 체계가 이들 중소·인디 브랜드의 탄생과 시장 진입, 그리고 해외&온라인 유통을 중심으로 한 성장을 가능케 하고 있다.
유통 부문, 특히 오프라인 채널의 다이소는 H&B스토어를 장악한 올리브영의 새로운 대항마로서의 지위를 주장하기에 충분하다.
중소 브랜드 기업의 저가 시장 공략처로 관심을 받는 수준이었다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까지 다이소 입점에 가세하면서 그 가치와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 국내 경제상황과 소비심리 등을 감안하면 2025년에 다이소가 미칠 영향력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고객의 요구와 구매 패턴의 변화에서부터 시작한 친환경·비건 등을 통칭하는 클린뷰티 바람은 일시적 흐름이 아닌 ‘미래지향형 화장품·뷰티’의 특정 카테고리로서의 영역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법·제도·정책 부문
2025년 화장품 정책 부문 초미의 관심사는 단연 ‘안전성 평가 제도의 도입’에 대한 준비 작업을 본격화한다는 데 있다.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1월, 두 차례에 걸친 설명회를 통해 해당 제도의 로드맵을 공개했다.
즉 2025년 한 해 동안에는 화장품법 개정 등을 포함한 관계·근거 법령에 대한 정비와 기술 가이드 마련 등 제도화를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민·관 상시 소통을 위한 협의체 ‘점프 업 K-코스메틱’의 역할과 논의, 건의사항 등이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식약처는 화장품 안전성 평가 의무화와 관련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최소 요건은 규정에서 정하되 세부 요건은 국내 현황을 반영해 고시 또는 가이드라인으로 안내할 것”이라는 기본 방침을 제시했다. 이는 규제혁신을 통한 산업 성장을 지원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식약처의 정책 방향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식약처가 제시하고 있는 안전성 평가 제도의 시행 시점은 2028년이다. 그렇지만 △ 해당 제도 시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글로벌 규제 조화·안전성 평가 인력의 안정 공급 등) 등에 필요한 준비 기간 △ 국내 화장품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적극 고려해 단계적인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올 한 해 동안에는 안전성 평가 제도 도입을 위한 제도화(화장품법 개정·후속 시행규칙·고시·가이드라인 등)에 전력투구하면서 2026년과 2027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나타날 수 있는 정비 사항 등을 보완한 이후 2028년부터 단계적인 시행을, 그리고 2031년에는 전면 확대해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의 전면 시행과 관련해 식약처가 6년 여에 이르는 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고는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고도 높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안전성 평가 제도의 원활한 시행과 적용을 위해서는 안전성 평가 전문 인력(안전성 평가자)의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식약처는 안전성 평가자의 자격 요건에 해당하는 학과 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학위 과정과 비전공자의 자격 취득을 위한 학위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는 교육 지원책을 제시해 뒀다.
이와 함께 △ 원료 안전성 데이터베이스(DB) 통합·제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 △ 가이드라인·시험법 개발 등 기술 지원(2025년부터 시행) △ 안전성 평가 전문기관 설립 등의 후속 지원 방안 마련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그렇지만 화장품 업계는 식약처가 밝힌 이같은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 시행을 위한 지원 방안 가운데 안전성 평가 전문기관 설립과 관련해서는 다소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식약처 이외에 또 하나의 규제기관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식약처는 ‘안전성 평가 기술 지원과 정보 수집 등 안전성 관련 업무를 전담해서 지원한다’는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화장품 업계에서 받아들이는 온도는 이와는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