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에서, 주인공 뒤에서 빛을 만드는 사람. 붓 하나로 세상을 창조해온 이가 있다. 한국분장 강대영 대표다.
그가 붓 대신 펜을 들었다. 매일 새벽 서울 신사동 하늘정원에서 시를 썼다. 새벽 이슬 속에 탄생한 시를 모아 시집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을 펴냈다.
청어시인선 319번째로 나온 이 시집은 작은 것, 소중한 순간을 일깨운다. 시인이 맑은 눈으로 찾아낸 찰나의 진실이 행간마다 숨 쉰다.
시 속에는 ‘바다 위 섬 하나 / 나의 꿈이 자란 곳 / 올망졸망 사연 쌓아 / 살아가는 고금도’가 살아 있다.
‘생선 한 토막도 아껴 / 자식의 살이 되게 하신 어머니’와 ‘볏짚으로 엮어진 도란도란 버섯 집들’도 보인다.
누군가의 그리움이 되고 싶은 시인은 시로 다른 이의 마음에 다가선다. 내 옆에 선 이의 가슴이 보기 좋은 색으로 물들었으면 좋겠다고 속삭인다.
‘삶이란 / 살아갈수록 / 겹겹이 쌓인 수수께끼’라고 바라본다. 코로나19 속에서 익숙한 체념 대신 새 마음과 새 눈을 가질 줄 안다.
시인은 어느새 ‘겨울 앞에 서보니 / 어느덧 가버린 세월이 / 야속하지만 / 나의 펜은 아직 / 녹슬지 않았다’고 말한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의 생을 살아온 그는 낮은 목소리를 지녔다. 그 목소리로 건네는 말이 한 끼 밥같은 힘을 준다. 든든한 곡기에 배가 쉬이 꺼지지 않는다.
시인 강대영은 KBS 방송국에서 20년 일했다. 2004년 교육부총리장관상을 받았다. 2012년 대종상영화제 분장기술상을 수상했다. 2018년 대한민국대중문화예술상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차지했다. 지난 해 한국예술문화명인에 올랐다.
2017년 한올문학 신인상을, 2020년 국제문단 신인상을 수상했다.
강대영 지음 | 청어 펴냄 | 144쪽 |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