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숟가락 들고 모여드네”

2021.01.22 09:21:34

제약‧유통·패션‧식품업계 뷰티산업 진출 증가
‘예쁘고 맛있는 밥상’…아무나 배불리긴 힘들어
규모의 경제→속도의 경제 대전환
날뛰는 흰 소 고삐 쥘 민첩함 요구

‘너도나도’ 화장품사업에 뛰어드는 시대다. 성역은 없다. 화장품산업은 개발‧제조‧유통 노하우를 보유한 대기업의 전유물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네가 누구든’ ‘어디서 뭘 했든’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다. 화장품 구매 결정 요인이 브랜드에서 제품‧성분‧콘셉트로 바뀌었다. MZ세대가 소비주역으로 떠오르면서 뷰티시장의 판이 뒤집혔다. 화장품산업은 만인 대 만인의 투쟁터로 변모했다. 올해도 제약‧패션‧식품업계를 비롯해 유통‧엔터테인먼트 등 이종업계의 화장품시장 진출은 거세질 전망이다.

 

제약업계 “의약품 성분‧제조력으로 승부”

 

센텔리안24‧파티온‧활명의 공통점은? 제약사가 내놓은 화장품 브랜드다. 온라인몰‧홈쇼핑을 넘어 백화점‧H&B스토어‧라이브커머스 등으로 유통을 확장하고 있다. 해외로도 뻗어나간다.

 

과거와는 달라진 양상이다. 젊고 빠르고 거세졌다. 서자(庶子)에서 적자(嫡子)로 격상되는 경우도 많다.

 

제약업계가 화장품을 새 먹거리로 여긴 것은 오래 전부터다. 검증된 의약 성분이나 신 원료로 화장품을 출시, 제약 사업 확장을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는 사례가 종종 보고됐다.

 

 

제약사는 높은 기업 인지도‧신뢰도와 R&D 인프라, 의약품 제조 기술력 등을 무기 삼아 기능성 스킨케어 시장에서 승부를 띄웠다.

 

더마 코스메틱‧코스메슈티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제약업계의 화장품 진출은 더욱 늘었다. 동아제약‧동국제약‧동화약품‧유한양행‧녹십자‧종근당건강 등은 브랜드 라인을 확대하며 신 소비층 창출에 나섰다.

 

화장품 성분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몸에 좋은 것은 피부에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제약업계 화장품이 세를 키우고 있다.

 

화장품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투자를 늘리고, 별도 사업부를 구성하는 제약사도 증가했다. 젊은 모델을 기용해 딱딱하고 낡은 이미지를 뒤바꾸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공격적인 마케팅‧유통‧해외 진출 전략도 가세했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화장품은 의약품보다 개발 기간이 짧고 비용이 덜 든다’는 이유로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로 여기는 경향이 짙었다.

 

최근 제약사 화장품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가 공유되고, 롤 모델이 증가하면서 전문 화장품 경영 체계를 이식하는 움직임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자신의 피부가 민감하다고 여기는 소비자가 전세계적으로 증가했다. 중국 코스메슈티컬 시장이 덩치를 급속히 불리고 있다. 공통분모는 더마 코스메틱이다. 의약회사가 뷰티산업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늘어난 홈케어족을 잡는데 집중한다. 이들은 건강‧위생‧면역에 관심이 높다. 제품 핵심 성분과 기능성을 소구할 수 있는 홈쇼핑이나 라이브커머스 유통을 강화할 전략이다”고 밝혔다.

 

유통기업 “화장품 기반 라이프스타일 기업 도약”

 

 

유통 대기업의 화장품산업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패션‧생활용품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을 꾀하면서 화장품을 적극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해 MZ세대용 클린 뷰티 브랜드 로이비를 선보였다. 딥티크‧바이레도‧아워글래스 등에 이어 수입 브랜드 유통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퍼펙션을 인수하고 중국을 포함한 세계 뷰티시장 진출 의지를 내비쳤다. 연작과 비디비치는 중국시장서 주목받는 K-뷰티로 떠올랐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해 5월 첫 화장품 브랜드 오노마를 론칭하고 에센스에 집중한 스킨케어 루틴을 제안했다.

 

현대도 화장품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해 8월 SK바이오랜드를 1천205억 원에 인수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은 지난 해 5월 기능성 화장품 기업 클린젠코스메슈티칼 지분 51%를 사들였다. 11월 사명을 한섬라이프앤으로 변경하고 캘리브레이터(Calibrator)‧오에라(OEra) 등을 화장품 브랜드명 상표로 출원한 상태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해 11월 뷰티 MCN기업 디밀에 120억 원을 투자했다.

 

LF는 아떼 기초 화장품에 이어 비건 색조 화장품과 안티에이징 라인을 론칭했다. 면세점 입점과 라이브커머스 등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나섰다. 이 회사는 2018년 남성 스킨케어 브랜드 헤지스맨 룰429를 내놓으며 화장품사업을 시작했다. 패션 분야에서 다져온 프리미엄 이미지를 화장품에 접목해 고급화 전략을 펼친다.

 

패션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실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신 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패션업계가 화장품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소비자 읽고 변화 대응해야

 

화장품산업은 규모의 경제에서 속도의 경제로 전환됐다. 오래된 강자가 아닌 젊고 빠른 신인이 시장을 이끈다. 새로움으로 무장한 신인들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시간을 파고든다. 관심을 점유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MZ세대가 주 타깃이다. MZ세대가 소비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화장품산업은 제품‧유통‧서비스 전반에 변화를 맞았다. 코로나19가 변화에 속도를 더했다. 누가 달리는 말의 고삐를 쥘 것인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피보팅을 강조했다. 피보팅(pivoting)은 ‘축을 옮긴다’를 뜻하는 스포츠 용어다. 코로나19 이후 사업 전환을 가리키는 경제용어가 됐다.

 

김난도 교수는 “바이러스 확산이나 트렌드 변화로 인해 소비 시장이 급격히 바뀔 때, 기민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환은 조직의 생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이다”고 했다.

 

이어 “위기는 부실한 기업을 솎아내는 자본주의의 정리 메커니즘이다.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혁신을 창조하는 기업은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의 변화하는 행동 양식’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코로나19 위기와 디지털 대변혁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의 도약을 앞둔 지금, ‘거침없이 피보팅’하는 기업만이 살아 남는다”고 전했다.

정연심 기자 good@cosmor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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