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력, 속도력, 주도력, 대응력, 상품력, 덕후력. K뷰티를 성공으로 이끈 여섯가지 키워드다. 신간 「K뷰티 트렌드」는 이 여섯가지 힘을 한마디로 ‘트렌드 대응력’으로 요약했다. 모든 산업이 K뷰티의 혁신 DNA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K뷰티에서 K산업의 성공 방정식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집요하게, 새롭게_기획력
“K-뷰티의 성취는 고객 감성과 트렌드에 적합한 상품을 만들어낸 기획력의 승리다.”
이 책에선 기획력을 △ 소비자 목소리를 잘 듣고 △ 그 안에 숨은 욕망코드를 읽어 △ 상품에 매력적으로 반영해 구매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참신하고 새롭고 재밌는 상품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 때 소비자는 계속 구매버튼을 누른다.
K-뷰티의 기획력은 ‘집요한’ 데이터 관리에서 나온다.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시작이다. 구매 후기에선 상품 기획 아이디어와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
역기획 전략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소비자 목소리에서 출발한 역설계·역발상이 새로운 글로벌 수요를 창출했다. K-뷰티는 소비자가 화장품을 쓰는 상황과 맥락을 이해한 다음 상품의 핵심 속성을 발굴했다.
‘지루한 틈을 주지 않는 새로운 테마’, ‘테마별 큐레이션’도 신수요를 만드는 기획력의 산물이다. BB크림·CC크림·쿠션·시카크림…. 한국에서 시작해 세계로 퍼진 뷰티 아이템이다. K-뷰티는 혁신적인 테마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글로벌 소비자에게 제안한다. 성분·제형·패키지에도 계속 변화를 주며 신선함을 만든다.
“K뷰티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시장의 틈새를 찾아내며, 때로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반복하며 기획력을 키워왔다. 국내 시장에서 검증받은 기획력을 글로벌 관점에서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소비자 지향적이고, 글로벌한 기획으로 K뷰티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꿀 수 있다.”
빠른 자가 이긴다_속도력
속도력은 가설을 빠르게 검증하고 즉각 실행하는 대응력을 말한다. 팝업스토어, 옴니채널, 퀵커머스 등은 K-뷰티의 속도력을 나타낸다.
큐텐재팬도 3월 컨퍼런스를 열고 K뷰티의 성공요인으로 속도를 꼽았다. 일본 전통 브랜드가 신제품을 3~5년에 걸쳐 출시하는 데, K뷰티는 2~3달 안에 해낸다는 것이다. K뷰티의 속도감과 트렌디함이 일본 젊은 세대를 움직였다고 봤다.
글로벌 Z세대가 K뷰티에 열광하는 이유도 속도에 있다. 새로운 제품을 빠르게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Z세대를 “끊임없이 변화하는 스타일을 추구하고, 브랜드 충성도보다는 재미와 새로움을 좇는 세대”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K뷰티의 변화·재미·색다름을 초단위로 소비한다.
K뷰티의 빠른 속도감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 책은 한국 뷰티산업 특유의 유기적·역동적 산업 생태계에 답이 숨어있다고 진단했다. △ 브랜드의 시장 감지력 △ ODM 기업의 혁신 기술 △ 유통 플랫폼의 발빠른 대응 △ 정부의 유연한 제도 등이 만든 결과라고 설명했다.
데이터는 속도에 방향성을 더했다. K뷰티 브랜드는 데이터로 소비자 관심사를 분석하고, 상품을 기획하면서 속도에 정밀함을 부여한다.
2030세대의 힘_주도력
“주도력은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나 스타 임직원 개인의 천재적인 영감이 아니라, 최일선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자의 능동성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 문화의 문제다.”
이 책은 주도력을 △ 회사의 문제를 내 문제로 생각하는 ‘직원 오너십’ △ 20대 위주의 젊은 조직 구성 △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바텀업 조직 문화 △ 전문성과 성장 마인드를 갖춘 학습조직을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정의했다.
K뷰티 조직은 ‘문제 해결형’으로 진화하며, 기획 역량을 높이고 있다. 젊은 실무진의 감각과 판단력이 곧 K뷰티의 주도력이라고 판단했다.
주도력은 △ 일단 실행할 수 있는 민첩한 조직문화 △ 타깃 소비자에 맞춘 젊은 인력 구성 △ 성공과 실패를 학습하는 조직 △ 프로젝트 중심 조직 구성 △ 실행과 학습의 선순환 구조 설계 등에서 나온다.
조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유기체다. 조직문화는 시스템이 아닌, 사람들의 태도에서 만들어진다.
“주도력은 사장님이 틈 날 때마다 ‘주인의식’을 강조한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젊은 직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고, 그 실행을 통해 학습하고, 그 학습을 통해 다시 트렌드에 맞게 방향을 조정하는 선순환 구조가 조직 내부에서 작동하고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힘이다. 이러한 유기적 구조 안에서 2030세대의 감각은 조직을 움직이고, 그 조직은 다시 시장을 움직인다. 이것이 바로 지금 K뷰티가 시장을 ‘따라가는’ 산업에서 ‘주도하는’ 산업으로 진화하게 된 진짜 이유다.”
“모든 것은 변한다”_대응력
K뷰티는 미디어와 유통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하며 힘을 키웠다. 틱톡에서 알리고, 아마존에서 팔았다. 시딩 마케팅으로 광고 패러다임을 바꿨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시딩→틱톡 언급량 증가→아마존 랭킹 상승’은 북미시장 성공방식으로 통한다.
“아마존이나 틱톡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이 전개되기 때문에 틱톡커블한 제형, 굉장히 재미있는 제형, DNA가 확실한 제형 등이 인기가 많기는 해요. 비주얼이 중요한 제품을 만드는 동시에, 단순히 소비되고 끝나는 제품이 아니라 데일리 루틴에 정착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라운드랩 임원의 말이다.
K뷰티는 변화에 적응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그 과정에서 뷰티시장을 새롭게 설계했다. 생존을 넘어 주도권을 확보하며 성장했다. K뷰티는 전략적 대응력으로 급변하는 플랫폼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가성비 2.0’ 시대_상품력
K뷰티는 가격 대비 압도적인 성능으로 ‘가성비 2.0’ 시대를 열었다. ‘저자극 고효능’ 전략으로 품질의 새 기준을 제시했다. ‘가격이 싸서’가 아니라 ‘품질이 좋아서’ 인기를 끈다.
K뷰티의 상품력은 △ 브랜드사의 기획력 △ 제조 경쟁력 △ 품질 관리 △ R&D 투자 △ 까다롭고 똑똑한 소비자 파워 등이 만든 결과다. 한국의 제조강국 DNA가 품질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믿고 쓴다. 전세계 소비자들은 한국의 신생·중소 브랜드를 거리낌 없이 구매한다.
“K뷰티는 정보 접근성의 확대, 성분 중심 소비, 실용적 판단 기준의 확산 등 현대 소비 환경의 변화로 인한 트렌드 전환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은 산업 중 하나다. 하지만 단지 변화에 편승한 것이 아니라, 소비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빠르게 제품과 전략에 반영해온 능동적 대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변화의 조짐을 놓치지 않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전략은, 앞으로 다른 K산업 전반에도 경쟁력을 제공하는 유리한 시장 환경을 조성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가 정답이다_덕후력
한국 소비자는 힘이 세다. 매 순간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주도한다. 제품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OEM·ODM사의 제조력을 높이고, 플랫폼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덕후력을 가진 소비자가 K뷰티를 끌어올린 셈이다. 새로운 뷰티루틴을 만들고, 커스터마이징 문화를 확산시켰다. 성분 중심 뷰티시장을 주도하고, 클린뷰티 붐을 일으켰다.
소비자의 덕후력이 높아졌다. 제품 개발에서 마케팅·영업·유통에 이르기까지 덕후력에 발맞출 시점이다. 모든 출발은 소비자에서 시작해야 한다.
덕후력으로 무장한 소비자가 K뷰티의 판도를 뒤흔들고, 세계 뷰티시장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오늘날 소비자는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전략적 파트너라는 점이다. 소비자들의 집요하고 까다로운 피드백은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기회이자,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끌어올리는 실질적인 동력이 된다. 이제는 정답을 제시하는 브랜드보다, 소비자와 함께 정답을 찾아가는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이 책은 이렇게 마무리한다. “한국 화장품 생태계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 K뷰티가 선생이다.”
저자 김난도·전미영·최지혜·서유현·권정윤·한다혜·이혜원·김나은│264쪽│1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