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화장품 산업 규제혁신 과제와 방향④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도 민간주도 전환

2023.02.23 16:19:15

글로벌 인증이 국내에선 ‘무용지물’…기업 부담 가중·소비자 알권리 제한
의무·규제 아니지만 ‘실질 진입장벽’으로 존재…표시·광고 실증제도와도 정면 충돌 여지

 

대한화장품협회는 지난해 6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관련 기관·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규제혁신 민관협의체를 구성, K-뷰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첫 단계로 화장품 산업 관련 규제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화와 현행화를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6개월 여 간의 협의체 활동을 통해 혁신 대상 규제를 크게 △ 혁신·창조 브랜드 육성을 위한 글로벌 네거티브 체계로의 전환 △ K-뷰티 글로벌 안전관리 체계 도입 △ 글로벌 스탠다드 품질경영체계 구축 등의 전제 아래 세부 내용을 도출했다.

 

이러한 규제혁신을 위한 기본 요건이자 최대 난관은 현행 화장품법을 ‘새롭게 제정’하는 수준으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는 개정(안) 발의에서부터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과정을 거쳐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최초 의도한 방향과 취지가 바뀔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코스모닝은 앞으로의 일정과는 관계없이 화장품협회가 식약처와의 논의를 거쳐 제시한 규제혁신 과제와 방향을 각 사안별로 짚어보고 이에 대한 세부 계획을 연재한다. 세 번째 논의 주제는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도 민간주도 전환이다. <편집자 주>

 

천연·유기농화장품 정부 기준·인증 제도는 ‘유일’

현재 천연화장품 또는 유기농화장품에 관해 정부가 기준을 규정하고 인증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글로벌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 프랑스( ECOCERT) △ 독일(BDIH) △ 영국(Soil Association) 등은 모두 민간인증에 해당한다.

 

 

식약처와 화장품협회가 주관해 활동한 민관 협의체의 진단은 △ 천연·유기농화장품 등에 관한 글로벌 민간 인증은 시장 트렌드·소비자 니즈를 적극 반영, 그 기준을 업그레이드해 변화 △ 반대로 법령이 규정한 정부 기준과 인증은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 환경에서 이같은 기준의 상이함 등으로 인해 △ 기업은 제품의 국내 출시를 위해 정부 인증제도에 따른 인증을, △ 수출을 위해서는 세계적 인지도가 있는 글로벌 민간인증(ECOCERT·BDIH)을 따로 받아야 하므로 중복인증의 어려움 △ 이에 과도하게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은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고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정부 인증제도는 국내 시장만을 타깃으로 한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그 효용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새로운 천연‧유기농 화장품을 개발하는 경우 글로벌 인증 기준과 국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제품을 연구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경우 국내보다 해외 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고려, 양 기준을 모두 갖춘 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차라리 국내에서 천연·유기농화장품 광고를 포기하는 쪽을 선택하게 마련”이라고 토로한다.

 

사실상 강제성…천연‧유기농화장품 시장 진입장벽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도는 그 자체로는 의무사항이나 규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 천연‧유기농화장품에 관한 정의 △ 식약처 기준 규정(화장품법 제 2조 제 2의 2호·3호) △ 표시‧광고에 관한 금지규정(제 13조 제 1항 제 3호)과 결합, 기준에 적합한 제품에 대해서만 천연·유기농화장품 관련 표현을 허용한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의 경우에는 관련 표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식약처의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는 식약처 인증을 받지 않더라도 화장품법 제 14조에 따라 실증자료를 구비해 천연·유기농화장품 관련 표현을 표시‧광고에 사용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 인증을 받아 그 인증표시가 된 타제품과 비교했을 때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식약처 기준 충족 → 식약처 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기업으로 하여금 사실상 국내 천연‧유기농화장품 시장으로의 진입을 매우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강제성을 잠재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식약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의 경우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해외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더라도 관련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

 

더구나 식약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천연·유기농화장품 관련 표현을 표시‧광고에 사용할 경우 해당 품목 판매업무 정지 또는 해당 품목 광고 업무정지의 제재처분을 받는다.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는 글로벌 인증을 통해 천연·유기농화장품 표시‧광고, 판매 등을 수행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천연·유기농화장품이라는 차별화 특성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못하고 일반화장품으로 표시‧광고·판매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안전과 관계없는 트렌드에 정부 기준·인증이 왜 필요한가

천연·유기농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하나의 트렌드다. 소비자가 화학물질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시기에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올라가고 반대일 경우에는 자연히 내려가는 등 시장 환경에 따른 유동성을 갖게 마련이다.

 

현행 정부 인증은 제품 안전성과 관계없는 사항임에도 천연·유기농화장품의 유행에 따라 정부가 기준을 제시하고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고품질 화장품’이라고 인증함에 다름 아니다. ‘천연·유기농화장품=고품질 화장품’이라는 착시효과를 주기에 충분한 요소다.

 

사실상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한 기준에 적합해 인증을 얻은 특정 제품 만을 소비자에게 추천하고 기업에게는 정부 기준에 따라 제품을 제조할 것을 강요하는 형태다. 정부가 지나치게 불필요한 시장개입을 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될 여지가 존재하고 있다.

 

네거티브 규제 체계 아래 표시‧광고 실증제도와의 충돌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도는 천연·유기농화장품에 한해 화장품법 제 14조 표시‧광고 실증제도를 무용하게 만들어 네거티브 규제체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포지티브 규제 방식 VS 네거티브 규제 방식

 

지난 2012년 화장품법 전면개정 당시 표시‧광고 실증제도 도입으로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전환했다. 표시‧광고에 대해 기업이 전적으로 자기 책임하에 제품에 대한 광고를 하되 분쟁 발생 시 기업이 실증자료를 근거로 문제가 없음을 신속하게 증명하고 만약 증명하지 못하면 사후 법적 책임(광고행위 중지·손해배상책임 등)을 진다.

 

화장품법 제 14조 제 1항은 ‘영업자와 판매자는 자기가 행한 표시‧광고 중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이를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해석하면 ‘영업자와 판매자는 천연·유기농 원료로 화장품을 제조‧판매했음을 실증할 수 있는 실증자료를 구비하면 천연·유기농화장품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표시‧광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화장품법 제 13조 제 1항 제 3호 등에서는 식약처 기준에 적합한 제품의 표시‧광고에만 ‘천연(Natural)화장품’ 또는 ‘유기농(Organic)화장품’ 관련 표현을 사용할 수 있고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의 경우에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영업자와 판매자가 국내 시장에서 천연·유기농화장품 관련 표현을 표시‧광고에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글로벌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한 자료나 천연‧유기농 원료에 관한 증명만으로는 부족하고 식약처 기준을 충족했음을 별도로 확인하고 자료를 구비해야 한다.

 

종합하면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 신속한 제품 출시를 생명처럼 여기는 기업으로 하여금 별도의 실증자료 준비, 식약처 인증 절차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등에 관해 고민하게 만들며 제품의 특성을 효과 높게 전달하는 광고행위(천연·유기농 원료를 함유했음을 강조해 차별화하는 광고)를 포기하게 만들거나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를 포기하게 만든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지점에서 소비자는 해당 제품의 특징(천연·유기농 원료 함유 사실)을 제대로 알 수 없고 결국 국내 소비자는 전 세계 소비자가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글로벌 인증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제품 선택의 축소와 알권리를 제한받고 있다는 것이다.

 

네거티브 규제 체계와 함께 표시‧광고 실증제도가 화장품법에 도입된 이상 현재의 정부 인증제도는 불필요한 규제에 해당한다.

 

식약처가 소관하는 식품의 경우 식품 등에 표시를 하거나 식품 등을 광고한 자는 자기가 한 표시 또는 광고에 대하여 실증하도록 ‘식품 등의 표시ㆍ광고에 관한 법률’을 제정함에 따라 기존에 운영해 오던 ‘식품·축산물 표시·광고 인증·보증 기관의 신뢰성 인정에 관한 규정’을 이미 지난 2019년에 폐지했고 비건 인증 등의 경우에도 기업이 실증을 전제로 자율 표시‧광고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사례가 있다.

 

민간 인증제도 전환 타당성

정부 주도 고품질 추천 인증은 민간기업의 인증에 비해 그 효율이 떨어진다. 반면 저품질 방지인증(안전성 인증)은 정부 주도의 모델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도는 안전성에 관한 제도가 아니라 고품질 추천 인증에 해당한다. 이를 정부에서 담당하는 경우 인증제도가 규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인증제도는 민간에서 담당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이 민관 협의체의 검토 결과다.

 

 

다만 이러한 민간주도 인증 모델의 도입 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즉 국내 민간 인증 기업의 약 90%가 영세 업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인증제도의 민간 인증으로의 전환과 함께 화장품에 관한 민간 인증 산업의 육성 방법 역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 과제로 남게 됐다.

허강우 기자 kwhuh@cosmor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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