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WR 인증서는 어디서 받습니까?"
요즘 수출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답부터 말하면, PPWR은 인증기관이 인증서를 내주는 제도가 아니다. 제조자가 적용 요건의 충족을 스스로 평가하고, 자기 책임으로 적합성을 선언하는 제도다. EU 바이어가 '인증서' 대신 '선언서'를 묻는 이유다.
지난 회까지 포장 단위 목록을 만들고, 줄마다 제조자 이름과 물질 적합성의 근거를 적었다. 오늘은 그 근거를 검토해 적합성을 판단하고 문서로 선언하는 과정을 본다. 이 의무도 이미 지난 8월 12일부터 EU 시장에 새로 내놓는 포장에 적용하고 있다.
기술문서와 적합성 선언
용어 둘부터 보자. PPWR의 적합성평가는 '내부 생산 관리'라는 한 가지 방식만 둔다. (부속서 VII) 인증기관의 개입 없이 제조자가 자기 책임으로 하는 자기적합성평가다. 그 결과는 두 문서로 남는다. 근거를 모아 둔 '기술문서'(TD), 그리고 그 위에 얹는 '적합성 선언'(DoC)이다.
화장품 회사에는 낯설지 않은 구조다. 유럽 CPNP에서 내용물에는 안전성 보고서를 품은 제품정보파일(PIF)이 있고, 책임자(RP)가 이를 보관한다. 포장에는 기술문서가 있고, 제조자가 보관한다. 다른 점은 위에 얹는 선언서다. 규정은 선언서를 작성함으로써 제조자가 포장의 적합성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못 박는다. (39조)
선언서 서식 자체는 어렵지 않다. 부속서 VIII가 여덟 항목과 서명란을 제시하고 대한화장품협회의 '화장품 산업을 위한 PPWR 문서 작성 가이드라인'에 작성 사례와 양식도 있다. 어려운 것은 빈칸이 아니라, 빈칸을 채우기 전에 내려야 하는 세 가지 판단이다.
첫째, 무엇에 대해 선언하는가. 선언서는 포장 유형마다 하나씩 쓰고 어느 포장을 가리키는지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3회에서 본 포장 위의 식별 정보(15조)와 선언서 번호, 기술문서가 한 줄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크림을 담는 용기에 색상이 셋, 라벨이 둘이라면 선언서를 여섯 개 써야 할까. 공식 문답집은 같은 제품을 담고 그 차이가 적용 요건의 준수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니 색상과 라벨의 차이가 요건 준수에 영향을 주는지, 근거 자료가 색상별 안료와 라벨별 잉크·접착제까지 다루는지부터 본다. 자료가 한 색상의 안료만 다룬다면 다른 색상의 근거를 보완하기 전에는 묶지 못한다. 유형을 가르는 기준은 겉모양도 공급처도 아니라, 요건과 근거가 미치는 범위다.
둘째, 어떤 요건에 대해 선언하는가. 선언서는 5조부터 12조까지의 요건을 충족했음을 밝히는 문서다. 그런데 이 요건들에는 지금 적용되는 것과 세부 기준이 뒤에 오는 것이 섞여 있다. 포장 속 물질은 지금 판단할 수 있다. 재활용성 등급, 재생원료 비율, 통일 표시는 기준이 서는 때가 따로 있다.
선언의 기준은 '오늘 평가한 항목'이 아니라 '시장에 내놓는 시점에 적용되는 요건'이다. 적용 시점이 오지 않은 요건은 구분해 두되, 이미 적용되는 요건은 빠짐없이 평가하고 근거가 모자란 항목은 보완한 뒤에 선언한다. (15조)
그리고 규정은 선언서를 계속 갱신하라고 한다. (39조) 요건이 하나 더 적용될 때마다 판단을 보태 개정판을 내는, 살아 있는 문서다.
셋째, 무엇을 근거로 선언하는가. 기술문서에는 △ 포장의 설명과 용도 △ 구성요소의 도면과 재질 △ 적용한 표준이나 그 대신 택한 확인 방법 △ 시험 성적서 △ 그리고 적합하지 않을 위험에 대한 분석이 들어간다. (부속서 VII)
지난 회의 공급업체 확인서와 성적서는 이 가운데 '근거' 자리에 놓이는 자료다. 자료를 읽고 "이 포장은 기준에 맞는다"고 판단하는 일은 제조자의 몫이고, 그 판단의 논리가 문서에 남아야 한다.
새 PPWR 요건에 적합성 추정을 주는 조화 표준은 2026년 9월 현재 없다. 그렇다고 참고할 기준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식 문답집은 우려물질 최소화 평가에 기존 EN 13428 부속서 C를 활용하라고 안내하고, 옛 지침의 포장 최소화 요건과 그 표준은 2029년 말까지 경과규정으로 살아 있다. (70조)
다만 어떤 방법으로 어느 요건의 충족을 확인했는지는 기술문서에 스스로 설명해야 한다. 시험소나 컨설팅 회사에 평가를 맡길 수 있고, 서면으로 위임한 공인대리인이 선언서를 대신 쓸 수도 있다. 그래도 기술문서를 갖추고 적합성을 보장할 책임은 제조자에게 남는다. 누군가 'PPWR 인증서'를 건넨다면 그것은 법정 문서가 아니라 기술문서에 넣을 근거 하나다.
문서를 두는 자리도 정해져 있다. 선언서와 기술문서는 포장을 따라다니지 않는다. 제조자가 보관하고, 일회용 포장은 시장에 내놓은 날부터 5년, 재사용 포장은 10년이다. (15조)
EU 수입자도 같은 기간 선언서 사본을 보관하고, 당국이 요청하면 기술문서를 제공할 수 있게 해 두어야 한다. (18조) 둘 다 당국이 이유를 들어 요청하면 요청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정보를 내놓아야 한다. 수입자가 선언서 사본을 미리 받아 두는 것은 편의가 아니라 의무다.
선언서는 유통하는 회원국이 요구하는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영문 한 벌로 끝난다고 단정하지 말고, 수입자에게 어느 언어가 필요한지 먼저 물어 두자. 그리고 당국은 해마다 선언서의 일부를 위험도에 따라 골라 정확성을 점검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부적합이 확인되면 시장 철수 같은 조치를 취한다. (39조) 서명이 형식이 아닌 이유다.
하나 더. 규정은 연속 생산 중에도 적합성이 유지되도록 절차를 두고, 설계나 재질이 바뀌면 이를 반영하라고 한다. (15조) 캡 공급업체가 바뀌거나 라벨 잉크가 달라지면 근거가 그대로 유효한지 다시 묻고, 필요하면 기술문서와 선언서를 고친다.
지금 하나만 한다면 이것이다. 포장 단위 목록을 기술문서의 첫 장, 곧 색인으로 삼아 선언서 초안을 써 보자. 단, 서명란은 비워 둔다. 쓰다가 손이 멈추는 칸이 있다면 그곳이 아직 판단하지 못한 자리이고 근거를 더 모아야 할 자리다. 서명은 빈칸을 모두 채운 날이 아니라, 적용되는 요건의 충족을 근거로 설명할 수 있을 때 한다.
다음 회에는 이 선언서에 앞으로 새로 들어올 줄 가운데 가장 큰 것, '재활용 가능한 포장'이 무엇인지를 본다.
<정연광·코스무어(COSMURE) 대표 컨설턴트· expert@mocra.co.kr · www.cosmure.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