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PPWR 시대, K-화장품·뷰티의 포장 ①

  • 등록 2026.08.20 09: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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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WR은 무엇이고, 왜 화장품 회사가 알아야 하나

연재를 시작하면서

올여름 EU 바이어로부터 “PPWR 적합성 서류를 8월 12일까지 보내 달라”는 메일을 받았다는 회사가 여럿 있었다. 첫 반응은 대개 같았다.

 

“그게 정확히 무슨 법입니까?” 그리고 곧 이 말이 따라붙는다. “우리는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지 포장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데요?”

 

이 연재는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 PPWR을 개념부터 하나씩, 길지 않게 짚어 가고자 한다. 이번 첫 회는 이 법이 무엇이고 왜 화장품 회사의 일이 됐는지만 다뤄본다.

 

PPWR은 무엇인가

 

PPWR은 ‘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Regulation’, 곧 ‘포장과 포장 폐기물 규정’이다. 정식 번호는 EU 규정 2025/40이다. 2025년 1월 EU 관보에 실려 2월 11일 발효됐고 지난 12일부터 적용을 시작했다. 30년 넘게 EU 포장 규제의 뼈대였던 1994년 포장 지침(94/62/EC)을 원칙으로 대체하는 법이다.

 

이름 그대로 포장을 다루는 법이다. 제품 종류도, 소재도 가리지 않는다. 플라스틱 용기든, 종이 단상자든, 유리병이든, 알루미늄 튜브든 모두가 대상이고 EU에서 만들어졌든, 한국에서 만들어져 배에 실려 갔든 EU 시장에 나오는 순간 동일한 규칙을 적용받는다. 사업자에게 포장용으로 공급되는 빈 용기도, 제품이 담긴 포장도 모두 이 법 안에 들어온다. 다만 용기업체와 화장품 회사가 지는 의무는 각각 다르다.

 

‘지침’에서 ‘규정’으로

여기서 용어 하나를 짚고 가야 한다. EU 법에는 지침(Directive)과 규정(Regulation)이 있다. 지침은 큰 방향만 정하고 각 회원국이 자기 나라 법으로 옮겨 시행한다. 그래서 같은 지침 아래서도 독일·프랑스·이탈리아의 규칙이 조금씩 달랐고 수출 기업은 나라마다 다른 표시와 등록 요건을 따로 챙겨야 했다. 규정은 별도의 국내법 없이 27개 회원국에 같은 날, 같은 문구로 그대로 적용한다.

 

이 변화는 두 얼굴을 갖는다. 포장 설계와 표시 기준이 EU 차원에서 통일하니 여러 나라에 파는 회사일수록 대응이 단순해진다는 것이 좋은 소식이고 어느 나라에서든 같은 서류를 같은 잣대로 요구받게 돼 빠져나갈 틈이 줄었다는 것은 무거운 소식이다. 물론 폐기물 처리 비용을 내기 위한 등록처럼 나라별로 남는 부분도 있다. 그 이야기는 이 연재의 마지막 회에서 다루기로 하자.

 

 

왜 화장품 회사의 일인가

지금까지 EU 수출 기업이 알아야 했던 법은 화장품 규정(EC 1223/2009)이었다. 성분을 써도 되는지, 안전성 평가는 됐는지, 라벨 표시는 갖췄는지, 책임자(RP)는 누구인지를 묻는 법이다. 한마디로 ‘내용물’을 보는 법이다.

 

PPWR은 그 내용물을 담고 있는 것을 본다. 용기와 캡, 펌프와 스포이드, 단상자와 묶음 비닐, 배송 박스까지다. 두 법은 서로를 대신하지 않는다. 화장품 규정을 완벽히 지킨 제품이라도 용기가 PPWR 요건을 못 맞추면 EU 시장에 나올 수 없다. 화장품 회사가 보아야 할 규제가 한 층에서 두 층으로 늘어난 셈이다.

 

“포장은 용기업체가 만들었으니 그쪽 일 아닌가”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제품이 담긴 판매포장은 내용물을 채워 자기 이름이나 상표로 내놓는 회사, 곧 브랜드사가 이 법에서 말하는 ‘제조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용기업체는 소재와 시험 정보를 제공하는 공급자에 가깝다. 이 ‘제조자’는 화장품 규정의 책임자(RP)와 별개 개념이며 수입자 등 다른 역할과 함께 3회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화장품이 이 법을 유난히 무겁게 느낄 이유도 있다. 화장품에서 포장은 담는 도구를 넘어 브랜드 그 자체다. 유리와 플라스틱을 겹친 용기, 금속 광택 코팅, 자석 달린 콤팩트, 손가락만 한 샘플 사쉐처럼 보기 좋고 작고 복잡한 구조가 많은데 뒤에서 보겠지만 그런 구조일수록 재활용성과 포장 최소화 기준에서 불리해지기 쉽다.

 

기억할 연도는 셋

PPWR은 한 번에 시행되는 법이 아니라 조항마다 적용 시점이 다르다. 지금은 세 개의 연도만 기억하면 된다.

 

2026년. 8월 12일부터 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날 이후 EU 시장에 처음 나오는 포장은 포장 속 물질 요건을 지켜야 하고 제조자는 요건에 맞는다는 것을 스스로 선언하고 근거 서류를 갖춰 둬야 하며 EU 수입자는 그것을 확인한다.

 

당국이 요청하면 열흘 안에 내야 하는 서류다. 다만 8월 12일이 바이어에게 서류를 보내야 하는 법정 마감일은 아니다. 바이어의 요청은 수입자로서의 확인 의무나 거래 조건에서 나온다.

 

2028년. 소비자의 분리배출을 돕는 EU 통일 라벨이 예정돼 있다. 2028년 8월 12일과 후속 법령 발효 후 24개월 가운데 늦은 날부터 적용하며 구체적인 도안과 표시 방식은 그 후속 법령으로 정해진다.

 

2030년. 가장 큰 변화의 목표 연도다. 통일된 기준으로 재활용 가능성을 평가해 기준에 못 미치는 포장은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하고 플라스틱 포장에는 재생원료 최소 비율이 붙으며 포장은 기능에 필요한 최소한의 무게와 부피로 설계해야 한다. 다만 몇몇 요건은 세부 기준을 정하는 후속 법령이 늦어지면 함께 늦어질 수 있고 포장 종류별 예외도 있다.

 

이후 2035년, 2038년, 2040년에도 기준이 한 단계씩 올라가지만 그것은 뒤에서 차례로 다루기로 한다.

 

지금 하나만 한다면

EU로 나가는 제품 하나를 골라 그 제품에 붙어 있는 포장을 눈에 보이는 대로 적어 보자. 용기·캡·펌프·라벨·단상자·묶음 비닐·배송 박스·소재와 공급업체 이름까지 옆에 적으면 더 좋다.

 

이 목록이 앞으로 모든 대응의 출발점이 된다. 다음 회에서는 립스틱 한 자루를 놓고 그 목록에서 무엇이 빠졌는지, 무엇을 ‘포장’으로 간주하는지 헤아려 본다.

 

<정연광· 코스무어(COSMURE) 대표 컨설턴트· expert@mocra.co.kr · www.cosmure.com  >

 

허강우 기자 kwhuh@cosmor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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