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커피챗에서 하우더닛을 말한 A씨

  • 등록 2025.07.15 1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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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더닛’(Whodunit)은 추리 장르에서 파생된 용어다. “누가 했는가?”(Who done it?)를 뜻한다.

 

‘왓더닛’(Whydunit)은 “왜 했는가?” 동기에 초점을 맞춘다.

 

K-뷰티의 서사는 후더닛에서 왓더닛을 거쳐 여기에 다다랐다. ‘하우더닛’(Howdunit), 바로 “어떻게 했는가?”다.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는 ‘누가’, ‘왜’에 무게를 둔다. 타인의 성공 스토리를 파헤쳐 방해하거나 답습한다. 미투 전략은 빠르지만 위험하다는 사실은 K-뷰티의 역사 곳곳에서 증명된다.

 

K-뷰티의 세계화 시대.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이제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이다. 개별 플레이어의 기량보다 팀의 승리를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 ‘어떻게’ 이길 것인지에 맞춰 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얼마 전 들은 이야기는 ‘어떻게’에 관한 작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K-뷰티를 세계로 유통하는 한 대표에 대한 일화.

 

A대표는 SNS에 짧은 글을 올렸다. “지금 커피챗 할 사람?” 화장품업계 종사자 20명 정도가 카페에 모여들었다. A대표는 그들 모두에게 커피를 사고 이렇게 물었다. “지금 어떤 일을 하세요?”

 

저마다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요” “우리 회사는...” “내가 만든 브랜드는...”

 

A대표는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 “태국에서는 이렇게 해보세요” “일본 오프라인 시장은 말이죠...” “나중에 우리랑 협업할 게 있으면 언제든 제안 주세요.”

 

그가 시간과 돈을 들여 작고 개별적인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이유는 뭘까. K-뷰티라는 이름표를 달고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과 친구 혹은 믿음직한 파트너가 되려는 마음 아닐까. 상대방을 나를 향해 돌진하는 인파이터, 잠재적 경쟁자가 아닌 원팀으로 바라보는 사고가 선행됐을 것이라 짐작한다.

 

이 커피챗에 참가했던 B씨는 이렇게 말했다. “A대표가 한명 한명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는 모습을 보니까, 속에서 뜨거운 게 올라오더라고요. 가진 걸 내줘도 이미 자신이 있다는 얘기잖아요. 그 분의 가슴엔 이미 호랑이가 있는 거에요. 크고 기운 센 호랑이가.”

 

K-뷰티의 팀플레이는 이미 시작됐다. ‘누가’ ‘왜’에서 눈을 돌려 ‘어떻게’로 나가야 한다. 빠르게 달리는 선수도,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코치도, 전체 판세를 읽을 감독도 필요하다.

 

지금, K-뷰티 경기장 안에는 전세계 팬들이 모여있다. 호랑이 같이 강하고 든든한 어른들의 등장을 상상한다. 아낌없이, 사심없이 노하우를 전수하고 ‘줬으면 그만이지’ 쿨하게 돌아서는 김장하들을 기대한다.

 

K-뷰티 플레이어들이 ‘믿는 구석’과 ‘비빌 언덕’을 뒷배 삼아 더 크게 비상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혼합물로 존재해온 이들이 화합물로 형질 변화를 이루는 장면을 상상한다. K-뷰티라는 화합물이 무너짐 없이 세계시장에 착붙해 기능성을 발휘하는 내일을 꿈꾼다.

정연심 기자 good@cosmor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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