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현장 리포트 제 2신> 꽃분분 난분분 ”튀르키예 이스파르타 장미는 못 참지"

2023.06.03 11:41:00

세계 최대 장미오일 생산지…글로벌 시장 65% 점유
청정 고원지대 재배·90% 프랑스 그라스 수출
ISO 9001·GMP 기반 품질 관리 '장미의 도시' 명성 이어

 

 

튀르키예 현지 정연심 기자 리포트<제 2신>

“훔쳐라. 다 너의 것이다.”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 ‘데칼로그 9‧10’의 마지막을 장식한 노래다. 괜히 눈이 가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을 훔치고 싶다면 이 꽃을 눈여겨 보는 건 어떤가.

 

뼈 있는 꽃. 그리하여 마음을 일으키는 꽃. 320MHz로 공명하는 꽃. 향기로 바이브를 만드는 꽃. 장미다. 장미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유혹이다.

 

'바르고 마시고' 장미랑 놀자

 

 

튀르키예의 남서부 도시인 이스파르타는 우리를 장미로 매혹한다. 거리거리 장미 꽃비가 내린다. 식당 주인은 손님에게 장미 꽃잎을 크게 한 줌 쥐어 건넨다. 겨울철 제주의 귤 인심처럼 장미가 넘쳐난다. 이곳 장미밭 주인들은 장미꽃을 팔아 일 년 살림을 산다. 열매 팔아 자식들 대학 보내 대학나무로 불리는 산수유나무 격이다. 장미나무는 귀하고 고맙다.

 

장미의 도시 이스파르타의 하루는 새벽 5시부터 시작한다. 이슬 머금은 장미를 따는 손이 분주하다. 해 뜨기 전 따야 수분과 향이 풍부하다.

 

 

해발 1000미터 고지대에 자리 잡은 이스파르타는 세계적인 장미 산지다. 전세계 장미오일 공급량의 약 65%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6월 2일부터 4일까지 이스파르타 장미축제가 열린다. 말 그대로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들썩인다.

 

장미 협동조합 귤비를릭 설립…정부 주도 품질관리

 

 

튀르키예는 1954년 이스파르타에 장미 협동조합인 귤비를릭(Gulbirlik)을 세웠다. 장미 생산성을 높이고, 추출 기술을 개발한다. 튀르키예 정부가 직접 장미 품질 관리를 위해 뛰어든 것이다. 장미의 수확 시간과 방법을 결정하고, 증류와 추출 과정의 수준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덕분에 이스파르타산 장미의 90%는 세계 향수산업을 장악하는 프랑스 그라스로 옮겨진다. 고가의 향수와 화장품에 쓰이면서 품질을 인정 받고 있다.

 

이스파르타 장미밭에서 생산한 장미꽃은 증류소로 모인다. 신선도과 관건이다. 장미 재배지에서 공장까지 빠르게 운반해야 한다. 일꾼들은 꽃잎을 자루에 모아 추출 장치에 넣는 작업을 밤새 이어간다. 

 

증류법이나 용매 추출법을 거쳐 장미오일‧장미수‧장미향수가 탄생한다. 장미꽃잎을 증류한 뒤 기화한 성분을 모은 것이 장미오일, 나머지 수분이 장미수다. 로즈 앱솔루트는 용매로 추출하며 최고급 향수에 폭넓게 사용된다. 1리터의 장미오일을 만드는 데 장미꽃 5톤 정도가 든다.

 

튀르키예의 문익점 ‘이스마일 에펜디’

 

 

이스파르타에도 문익점이 있다. 이스마일 에펜디다. 불가리아에서 장미꽃 씨를 지팡이에 몰래 숨겨 와 이스파르타에 전한 인물이다.

 

불가리아는 세계적인 장미 생산국이다. 오스만 제국 당시 불가리아는 튀르키예의 땅이었다. 불가리아 영토가 떨어져 나가면서 튀르키예는 장미까지 잃고 말았다. 이스파르타는 불가리아로 잠입해 장미 씨앗을 가져온 이스마일 에펜디 덕에 장미 도시로 거듭났다.

 

1840년 이스파르타에서 태어난 그는 1888년 장미 생산을 시작했다. 1892년 장미오일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스파르타는 중앙 광장에 이스마엘 에펜디 동상을 세우고 그를 기억한다.

 

항산화‧항염‧진정·미백 효과 우수

 

 

장미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가득하다. 장미의 파네졸 성분은 박테리아 증식을 억제해 트러블을 막는다. 한국식품연구원 최상윤 박사 연구팀은 장미에 들어 있는 향기 성분 게란산(Geranic acid)이 피부색소를 억제하는 효과를 입증했다.

 

게란산을 멜라닌 세포에 3일 동안 처리하자 멜라닌 생성량이 33.9% 감소했다. 게란산이 멜라닌을 생성하는 타이로시네이즈의 활성과 세포 내 발현량을 낮추는 현상도 확인했다. 장미는 피부색소 억제활성이 우수하고 향기가 좋아 피부 미백제로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임태규 한국식품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장미꽃잎 추출물의 피부염증 억제 효능’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장미꽃의 붉은 색을 나타내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의 생리활성 기능을 연구한 논문도 다양하다. 장미 꽃은 물론 식물의 순과 열매 등의 피부미용과 항산화 효능이 규명되면서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에 널리 활용되는 추세다.

 

장미는 △ 보습 △ 피부 진정 △ 피지 분비 조절 △ 탄닌 성분의 수렴작용으로 탄력 개선 △ 모공 축소 등 여러 가지 피부미용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튀르키예에서는 커피 마실 때 장미로 향을 낸 감미료인 로쿰을 넣는다. 이스탄불 귤하네 공원은 관광명소다. 귤(Gul)은 튀르키예 말로 장미를 뜻한다. 여자아이 이름에 많이 사용한다. 튀르키예인들은 장미를 먹고 바르고 맡는다. 아름다움을 곁에 두고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다.

정연심 기자 good@cosmorning.com
© 2016 Copyright All Rights Reserved 코스모닝
















PC버전으로 보기

(주)케이비엠 | 서울특별시 마포구 방울내로 11길 23, 제202호(망원동, 두영빌딩) TEL : 02-338-8470 | FAX : 02-338-8471 | E-mail : kbm@cosmorning.com 발행일 : 2016.8.15 | 발행 · 편집인 : 김래수 | 등록번호 : 서울 다 50330 | 등록일자: 2016년 6월 22일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52337 | 인터넷신문 등록일자 : 2019년5월15일 사업자등록번호: 315-81-36409 | 개인정보관리 및 청소년보호책임자 : 허강우 © 2016 Copyright All Rights Reserved 코스모닝

호텔앤레스토랑 뉴스레터 신청하기 일주일 그만보기 닫기